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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없는 술집, 어디 서서 뭘 시키지? 서울 타치노미 10곳 처음 가는 법

문을 열면 의자가 하나도 없고, 다들 카운터에 기대 서서 맥주잔을 들고 있습니다. 빈자리에 그냥 서도 되는지, 주문은 누구에게 하는지, 계산은 나갈 때 하는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서울의 타치노미는 주문하는 방법부터 가게마다 달라서 처음 가는 사람이 헤매기 쉽습니다. 타치노미가 무엇이고 어디서 왔는지는 타치노미란?에 적었고, 이 글은 이따갈게 지도에 오른 서울 타치노미 10곳이 가게 안내에 직접 적어 둔 내용을 모아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의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네 칸으로 나뉜 그림에서 주황색 스웨터를 입은 손님이 서서 마시는 술집 카운터에 가방을 걸고, 벽에 붙은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바텐더에게 받은 맥주를 바로 마신 뒤, 빈 잔을 두고 웃으며 가게를 나서는 일러스트입니다.

대부분은 예약 없이 가서 빈자리에 서면 됩니다

마이즈루, 비어홀 중, 충무로 소, 비어스탠드 키원은 예약 없이 와서 빈자리에 서면 된다고 안내합니다. 줄을 세우는 방식이 따로 있는 곳도 있는데, 간빠맥주 을지로3가점은 예약 대신 캐치테이블 원격 웨이팅을 받습니다. 맥주만 마실 거라면 서서 금방 들어갈 수 있고, 안주까지 먹으려면 테이블이 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다고 적어 두셨습니다. oyoyoy 성수 본점은 워크인과 캐치테이블 예약·웨이팅을 함께 받고, 용산점은 네이버 예약을 30분 단위로 한 팀씩만 받고 나머지 자리는 워크인으로 둡니다. 9평 남짓한 아케루는 주말에 꽉 차는 날이 많아 예약 문의를 전화로 받습니다.

기다리는 자리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충무로 소는 자리를 기다릴 때 골목에 서 있지 말고 가게 앞 회색 바닥 안쪽으로 들어와 달라고 부탁하시고, 기다리기 싫으면 걸어서 2~3분 거리의 2호점 비어홀 중으로 가도 된다고 알려 주십니다.

자리는 카운터 앞 한 칸이면 충분합니다

서서 마시는 가게도 자리의 종류는 꽤 다양합니다. 카운터, 기대어 서는 바 테이블, 혼자 서기 좋은 1인 자리, 여럿이 둘러서는 큰 테이블이 있고, 마이즈루와 키원은 자리마다 가방과 옷을 걸 수 있는 고리를 달아 두셨습니다. 충무로 소는 벽을 따라 1번부터 4번까지 번호가 붙은 바 자리 아래에 콘센트와 가방걸이가 있고, 가운데 원형 테이블은 실제로 쓰는 맥주 케그 위에 나무 상판을 얹은 것이라 기대거나 무게를 실으면 흔들릴 수 있다고 미리 알려 주십니다.

충무로 소의 벽 쪽 바 자리로, 벽에 4번 자리 표시가 붙어 있고 바 아래 고리에 천 가방이 걸려 있으며 앞쪽에 카스 로고가 찍힌 작은 원형 스탠딩 테이블이 보입니다.

모든 가게가 의자를 완전히 치운 것은 아닙니다. 간빠맥주 충무로형제점은 매장 안쪽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 있고, 충무로 소는 앉아서 편하게 마시고 싶은 손님에게 자리가 더 넓은 비어홀 중을 권하십니다. 화장실도 가게마다 달라서 충무로 소는 매장 안에 화장실이 없고, 비어홀 중과 키원은 매장 안에 있습니다.

주문은 키오스크, QR, NFC로 가게마다 다릅니다

주문 방식은 가게마다 가장 크게 다릅니다. 키오스크를 쓰는 곳부터 보면 충무로 소는 입구 오른쪽 벽에 한국어·영어·일본어로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있고, 자리를 먼저 잡은 뒤 주문하라고 권하십니다. 비어홀 중은 바 오른편 키오스크에서 결제할 때 휴대폰 번호를 넣으면 맥주가 나올 때 번호 뒷자리로 불러 주고, 번호를 넣지 않았으면 영수증 위쪽 주문번호로 부르니 두 곳 모두 영수증을 꼭 챙겨 달라고 하십니다. 키원은 테이블 번호를 확인해 키오스크에 입력하면 자리로 직접 가져다주십니다.

휴대폰으로 주문하는 곳도 있습니다. 마이즈루는 테이블에 붙은 NFC¹ 태그에 휴대폰을 대고 주문하면 사장님이 가져다주십니다. 간빠맥주 신논현형제점은 처음에는 입구에서 주문하고 결제해 맥주부터 받아 가고, 그다음 잔부터는 자리에 있는 QR로 주문·결제하면 됩니다. 충무로형제점도 자리에서 QR로 주문할 수 있고, 을지로3가점은 입구 쪽에서 먼저 주문하고 결제합니다.

¹ NFC(근거리 무선 통신) 휴대폰을 태그에 가까이 대면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입니다. 교통카드를 찍듯 휴대폰을 대면 가게 주문 화면이 열립니다.

계산은 대부분 주문할 때 먼저 끝납니다

일본의 타치노미는 술값을 한 번씩 현금으로 내는 곳이 많습니다. 주문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돈을 내는 캐시 온 딜리버리² 방식이 흔해서 잔돈을 챙겨 가라는 조언이 따라붙고, 카운터 앞 작은 접시에 1,000엔짜리 지폐를 올려 두면 주문할 때마다 거기서 셈을 하는 가게도 있습니다. 카드를 받지 않는 작은 가게가 많고, 300엔 안팎의 자릿값에 오토시³가 따라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² 캐시 온 딜리버리(cash on delivery) 술이나 안주를 받을 때마다 그 자리에서 값을 치르는 방식입니다. 나갈 때 한꺼번에 계산하지 않습니다.

³ 오토시(お通し) 일본 술집에서 주문하지 않아도 처음에 나오는 작은 기본 안주입니다. 자릿값에 포함돼 있어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의 타치노미는 현금 접시 대신 키오스크와 QR로 주문하면서 바로 결제하는 곳이 많습니다. 간빠맥주 세 곳은 주문하면서 먼저 결제하는 선불이고, 충무로 소·비어홀 중·키원은 키오스크에서 결제하며 키원은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도 받습니다. 마이즈루와 아케루, oyoyoy 두 곳은 가게 안내에 계산 방식이 따로 적혀 있지 않아 이 글에도 적지 않았습니다. 마이즈루와 키원은 맥주와 함께 기본 안주를 조금 내어 주시는데, 무엇이 나올지는 그날그날 다르다고 합니다.

첫 잔은 받자마자 마셔 달라는 것이 이 가게들의 부탁입니다

열 곳 가운데 생맥주가 대표 메뉴인 곳이 많아서 맥주를 받은 다음이 중요합니다. 충무로 소의 벽에는 "진짜 맛있는 시간은 3분, 생맥주 맛 유효기간은 7분"이라고 적혀 있고, 간빠맥주는 따른 직후가 가장 맛있으니 받자마자 마시라고 권하십니다. 아케루는 거품이 살아 있을 때 첫 모금을 마시도록 손님이 자리에 있을 때 맥주를 따르십니다.

같은 맥주를 따르는 방식만 바꿔 여러 잔으로 내는 가게도 많습니다. 거품으로만 잔을 채운 밀코⁴, 거품과 맥주를 섞은 기본 잔, 거품 없이 맥주만 채운 잔으로 나뉘는데 비어홀 중은 같은 카스를 밀코·스탠다드·소중OG·베어 네 가지로, 키원은 맥주 7 대 거품 3인 시그니처와 클리어·밀코 세 가지로 따릅니다. 비어홀 중에서는 처음 온 손님이 밀코를 바에서 바로 한 잔 비우고 다음 잔으로 소중OG나 베어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⁴ 밀코(MILKO) 잔을 크림 같은 거품으로만 채워 따르는 생맥주입니다. 거품이 맥주로 꺼지기 전에 빠르게 마셔야 해서 비어홀 중은 30초 안에 2~4모금씩 마시라고 권합니다.

비어홀 중의 하얀 바 위에 흰 거품이 두툼하게 올라간 카스 생맥주 세 잔이 조명을 받으며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잔도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간빠맥주 신논현형제점과 키원은 두께 0.9mm의 우스하리⁵ 잔에 맥주를 따르고, 간빠맥주는 잔이 얇으니 건배를 살살 해 달라고 부탁하십니다. 충무로 소는 얇은 잔이 깨지면 20,000원을 키오스크에서 결제해야 한다고 적어 두셨습니다.

⁵ 우스하리(薄張り) 일본말로 '얇게 만든 유리'를 뜻하며, 입술에 닿는 유리 두께를 최대한 줄인 잔입니다. 맥주의 차가운 온도가 입에 바로 전해집니다.

안주는 안 시켜도 되고, 술은 한 사람에 한 잔이 기본입니다

비어홀 중, 충무로 소, 간빠맥주 세 곳, 키원, 마이즈루는 안주를 꼭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적어 두셨습니다. 간빠맥주는 배부르면 맥주만 마셔도 환영이라고 하시고, 맥주 한두 잔만 마시고 가는 손님도 많다는 것이 여러 가게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술은 한 사람에 한 잔이 기준이어서 마이즈루는 1인 1드링크(논알콜 음료도 됨), 아케루는 1인 1주류를 가게 규칙으로 둡니다. 술을 못 마시는 일행이 있으면 간빠맥주의 논알콜 소다맥주처럼 대신 시킬 메뉴가 있는지 보면 됩니다.

안주를 시킬 때 순서를 정해 둔 곳도 있습니다. 아케루는 사시미와 초밥 같은 차가운 요리를 먼저 내고 따뜻한 요리는 그다음에 조리해서, 한꺼번에 시켜도 순서대로 나와 조금 기다릴 수 있습니다. 처음 온 손님은 산토리 생맥주 한 잔에 숙성회모둠이나 고등어봉초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안주를 받는 시간이 따로 있는 곳도 있어 비어홀 중은 주말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맥주만 팔고, 충무로 소는 조리 음식을 밤 10시 50분까지, 간단한 안주를 밤 11시 30분까지 받습니다.

아케루의 고등어봉초밥으로, 껍질이 반짝이는 고등어를 올린 막대 모양 초밥 네 조각이 김을 한 장씩 세운 채 접시에 놓여 있습니다.

혼자 와서 한 잔만 하고 나가도 괜찮습니다

대부분의 가게가 혼자 와서 한두 잔 하고 가는 손님이 많다고 소개합니다. 마이즈루는 혼자 온 손님도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원하지 않는 대화 시도, 헌팅, 만취, 고성방가 같은 행동을 받지 않는다는 금지사항을 매장에 붙여 두셨습니다. 일본에서는 오래 머물수록 술이나 안주를 더 시키는 것이 예의로 통하고, 간빠맥주도 스스로를 "짧고 굵게 즐기는 곳"이라고 소개하십니다.

나갈 때도 따로 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 계산을 마쳤으니 그대로 나가면 되고, 키원은 다 마신 잔과 접시를 두고 가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술을 들고 오는 것은 가게마다 달라서 마이즈루는 외부 주류를 받지 않고, oyoyoy는 와인 한 병에 30,000원, 위스키 한 병에 50,000원의 콜키지를 받습니다. 간빠맥주 충무로·신논현형제점과 충무로 소는 노키즈존이고, 을지로3가점은 미성년자가 들어갈 수 없어 신분증을 챙겨 달라고 하십니다.

10월 30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리는 선술리즘 2처럼 여러 곳을 돌 계획이라면 가게마다 주문 방식과 쉬는 날이 다르다는 것만 기억해 두면 됩니다. 키오스크로 어떻게 주문하는지, 1인 1주류가 무슨 뜻인지처럼 가게가 미리 적어 둔 내용은 타치노미 10곳의 가게 페이지에서 사장님 페르소나에게 물어보면 바로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날 들어온 생선이나 임시 휴무처럼 매일 바뀌는 소식은 가게 인스타그램을 함께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