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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갈게에 왜 초콜릿 가게가 있을까? 커피도 카카오도 볶는 가게들

이수역 10번 출구에서 남성역 쪽으로 7분쯤 걸으면 주택가 골목에 코코라움이 있습니다. 가게 오른쪽은 로스팅룸이고 왼쪽은 좌석 몇 개뿐인 카페인데, 이 로스팅룸에서 원두도 카카오빈도 볶습니다. 이름도 Coffee와 Cocoa의 앞 두 글자 CO에 공간을 뜻하는 독일어 Raum을 붙여 '커피와 코코아의 공간'이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이따갈게 지도에 모인 빈투바¹ 초콜릿 가게들은 이 작은 가게에서 시작됐습니다.

¹ 빈투바(bean to bar) 카카오빈을 고르고 볶는 일부터 초콜릿 바를 만드는 일까지 한 곳에서 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초콜릿을 사다 녹여 쓰는 가게와 구분할 때 씁니다.

코코라움은 처음에 커피에 진심인 카페로 지도에 올랐습니다

이따갈게는 커피에 진심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카페를 모으는 일부터 시작했고, 코코라움도 그때 카페로 지도에 올랐습니다. 매주 새로 볶는 싱글 오리진을 원두 카드와 시향용 샘플로 골라 마실 수 있는 가게라 카페로 소개하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가게 페이지를 열어 보면 커피만큼 초콜릿 이야기가 많습니다. 시그니처 음료 '초코홀릭'은 직접 만든 70% 다크 빈투바를 녹여 만드는데, 달지 않고 새콤씁쓸한 발효 카카오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고 소개합니다. 2024년 11월에는 홍콩에서 열린 Chocolate Market에 아시아 빈투바 메이커 여덟 곳 가운데 하나로 다녀왔고, 가게를 꾸리는 두 분 가운데 아내 사장님이 커피를, 남편 사장님이 초콜릿을 맡고 있습니다.

보라색 바탕에 카카오 열매와 잎이 그려진 코코라움의 70% 다크 빈투바 초콜릿 상자가 흰 벽 앞에 세워져 있습니다.

코코라움 사장님이 소개해 주신 가게가 열네 곳이었습니다

2026년 9월 말, 코코라움 사장님의 소개로 빈투바 가게 열네 곳의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서울 망원동의 카카오다다부터 강원 고성의 보나테라, 경남 창원의 초코솔까지 서울·경기·강원·대전·대구·창원에 흩어져 있고, 대부분 카카오빈을 직접 들여와 볶는 데서 출발하는 곳입니다. 같은 무렵 지도 첫 화면에 '빈투바 초콜릿' 칩을 달아 코코라움과 함께 한 번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가게를 고르는 기준은 다른 업종과 같습니다. 사장님의 철학과 진심이 가게에 드러나는지, 지역성과 독립성이 강한 공간인지, 자신 있게 소개할 이야기와 상품이 있는지, 대화로 그 매력을 더 깊이 전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빈투바 가게는 빈투바를 하신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지실 만하고, 초콜릿에 얼마나 진심이신지 느껴지는 가게들입니다. 빈투바를 한다는 건 정말 고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거든요!

커피를 볶던 가게가 카카오도 볶습니다

지도에 오른 빈투바 가게 가운데 코코라움을 포함한 다섯 곳은 원두도 카카오빈도 가게에서 직접 볶습니다. 둘을 한 기계에 같이 넣어 볶는 것은 아닙니다. 볶는 온도와 시간이 전혀 달라서 원두는 원두대로, 카카오빈은 카카오빈대로 따로 볶습니다.

볶는 방법은 달라도 재료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원두와 카카오빈은 둘 다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열매의 씨앗이고, 수확한 뒤 발효와 건조를 거쳐 볶습니다. 산지와 품종, 가공 방식, 볶는 정도에 따라 맛이 크게 갈린다는 점도 같아서 커피를 산지별로 골라 볶던 사람에게는 카카오가 낯설지 않습니다.

불을 다루는 방식은 꽤 다릅니다. 둘 다 돌아가는 드럼 안에서 볶을 수 있지만 커피는 200℃가 넘는 온도에서 빠르게 볶아 몇 초 사이에도 맛이 달라지고, 카카오빈은 120~135℃ 정도에서 낮고 길게 볶습니다. 카카오빈 한 알은 평균적으로 원두보다 열 배쯤 무겁고, 맛의 상당 부분이 볶기 전 산지의 발효에서 이미 만들어집니다. 볶은 뒤에는 두꺼운 껍질을 위노잉²으로 따로 벗겨 내야 해서 커피에는 없는 공정이 하나 더 붙습니다.

² 위노잉(winnowing) 볶은 카카오빈을 잘게 부순 뒤 바람으로 가벼운 껍질을 날려 보내고 알맹이(카카오닙스)만 남기는 공정입니다.

왼쪽에는 붉은 커피 체리와 연둣빛 생두, 볶은 원두가, 오른쪽에는 반으로 가른 카카오 열매와 껍질이 날리는 카카오빈이 있고, 가운데 드럼 로스터 두 대가 큰 불과 작은 불로 각각 원두와 카카오빈을 따로 볶고 있는 일러스트입니다.

서교동의 로스팅마스터즈 본점은 커피에서 출발했습니다. 해외 발령으로 뉴욕에서 지내던 시절 버티게 해 준 스페셜티 커피 맛을 다시 찾으려고 연희동 옥탑방에 작은 로스팅 연구소를 차린 것이 시작이었고, 하루 열두 시간씩 뙤약볕 아래 일하는 카카오 농민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초콜릿을 시작했다고 소개합니다. 매장의 초콜릿은 전부 시식할 수 있고, 손님들이 가게 이름을 줄여 부르는 '로마'를 따서 초콜릿이 든 모카를 '로마커피'라고 부릅니다.

대리석 테이블 위에 에스프레소 한 잔과 로스팅마스터즈의 다크 초콜릿 바, 유칼립투스 가지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신월동 골목의 틴패낼리는 간판 아래에 "ROASTERY · BEAN TO BAR"라고 적어 두고 입구 쪽 유리 부스에서 원두와 카카오빈을 볶습니다. 코스타리카·에콰도르·마다가스카르처럼 산지가 다른 미니 바 다섯 개를 담은 샘플러가 대표 상품이라, 커피를 산지별로 마셔 보듯 초콜릿도 산지별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대구 화원역 앞의 엘씨로스팅랩은 성서 계명대 앞에서 하던 카페 '커피아리'에서 이름의 느낌을 살려 Lovesick for Coffee, '커피앓이'의 머리글자를 붙였습니다. 지금 벽 로고 아래에는 Love for Coffee & Cacao라고 적혀 있고, 밀크 50부터 다크 100까지 빈투바를 만들면서 초콜릿 한 조각이 반쯤 녹았을 때 커피를 한 모금 마셔 보라고 권합니다.

흰 벽에 양각으로 새긴 L.C Roasting Lab 로고 아래에 Love for Coffee & Cacao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고양 성석동의 느린커피는 고봉산 아래 쌀 창고를 고친 노란 건물에서 큐 그레이더³가 커피를 볶습니다. 원두를 위스키·럼·브랜디를 담았던 오크통에서 한 번 더 숙성하는 곳인데, 초콜릿에도 같은 방법을 써서 쉐리와인 오크통에 숙성한 탄자니아 100% 다크로 2023년 인터내셔널 초콜릿 어워드 월드파이널 은상을 받았습니다. 초콜릿에 들어가는 것은 싱글 오리진 카카오와 유기농 사탕수수 원당 두 가지뿐입니다.

³ 큐 그레이더(Q Grader) 국제 기준에 따라 커피의 향과 맛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커피 감별사 자격입니다. 미국 커피품질연구소(CQI)가 만든 제도로 지금은 스페셜티커피협회(SCA)가 발급하며, 3년마다 다시 검증을 받아야 유지됩니다.

강릉의 테라로사 임당점도 커피에서 출발한 경우입니다. 테라로사는 2002년 강릉에서 커피 로스터리로 시작했고, 강릉 구정면에 따로 초콜릿 공장을 두고 카카오빈을 볶아 빈투바 초콜릿을 만들어 왔습니다. 강릉 테라로사 가운데 유일한 시내 골목 지점인 임당점에서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분께 이 초콜릿으로 만든 음료를 권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초콜릿 세계가 있는지 아셨나요?

커피를 원두의 산지와 품종, 볶은 정도로 골라 마시듯 초콜릿도 같은 기준으로 고를 수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가게들만 봐도 틴패낼리는 코스타리카·에콰도르·마다가스카르처럼 산지가 다른 바를 나란히 맛보게 하고, 엘씨로스팅랩은 밀크 50부터 다크 100까지 함량을 나눠 만듭니다. 느린커피는 쉐리와인 오크통에서 숙성한 100% 다크를 내놓고, 코코라움은 직접 만든 70% 다크를 녹여 초코홀릭이라는 음료로 냅니다. 다크한 쪽과 산미 있는 쪽 가운데 취향을 말하면 골라 주는 코코라움이나 모든 초콜릿을 맛보고 고를 수 있는 로스팅마스터즈 본점처럼, 커피 취향을 말하듯 초콜릿 취향을 말해도 되는 가게들입니다.

커피의 세계가 넓은 만큼 초콜릿의 세계도 넓습니다. 빈투바 가게 열네 곳과 코코라움은 빈투바 초콜릿 가게 모아 보기에서 한 번에 볼 수 있고, 가게 페이지마다 어떤 카카오로 무엇을 만드는지 더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원두도 카카오빈도 직접 볶는 가게를 더 알고 계시다면 가게 추천으로 알려 주세요. 같은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