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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방앗간, 마을 창고, 9평 가게: 제주 로스터리 카페 25곳

한경면 조수리의 하소로커피에 들어서면 매장 한쪽 유리 너머로 로스팅 공장이 보이고, 커피 볶는 냄새가 늘 가득합니다. 오래 비워 둔 마을 창고를 고쳐 2018년 여름부터 이 자리에서 매일 원두를 볶는 곳입니다. 제주에는 이렇게 커피를 손님에게 내기 전에 생두부터 직접 볶는 카페가 섬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따갈게 지도에 오른 제주 카페 가운데 직접 볶는다고 확인된 곳은 25곳이고, 이 글에서 모두 소개합니다.
로스터리 카페는 생두를 사서 직접 볶는 곳입니다
커피콩은 처음에 연한 녹색의 생두¹ 상태로 들어옵니다. 로스터기 드럼 안에서 열을 받으면 수분이 빠지며 갈색으로 변하고, 온도가 200℃ 가까이 오르면 콩 속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터져 나오며 팝콘 튀기는 것 같은 소리가 납니다. 이 소리를 1차 크랙²이라고 부르고, 볶는 사람은 이 순간을 기준으로 언제 불을 끌지 정합니다.
¹ 생두(green coffee) 커피 열매에서 씨앗을 꺼내 말린, 볶기 전의 커피콩입니다. 연한 녹색이고 향이 거의 없으며, 볶아야 우리가 아는 원두가 됩니다.
² 1차 크랙(first crack) 볶는 도중 콩 속 수분이 수증기가 되며 생긴 압력으로 콩이 갈라지는 순간입니다. 더 볶으면 이산화탄소 압력으로 한 번 더 갈라지는데, 이것을 2차 크랙이라고 합니다.
1차 크랙 직후에 멈추면 산미와 과일 향이 살아 있는 라이트 로스트가 되고, 더 오래 볶을수록 산미가 줄고 초콜릿·견과 같은 고소하고 묵직한 맛 쪽으로 갑니다. 카페 메뉴판의 '중배전', '중강배전' 같은 말이 이 배전도³를 가리킵니다. 한경 조수리의 크래커스 한경점은 가게 소개를 이 크랙 이야기로 시작하고, 중약배전부터 강배전까지 블렌드 네 가지를 볶아 산미 쪽은 '커튼콜', 쌉쌀한 쪽은 '리허설'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³ 배전도(roast level) 원두를 얼마나 볶았는지를 나타내는 정도입니다. 약배전(라이트)부터 강배전(다크)까지 나누며, 같은 생두도 배전도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집니다.
로스터리 카페는 어떤 생두를 사 올지, 그 생두를 어디까지 볶을지 직접 정하기 때문에 메뉴에서 원두를 고르게 하는 곳이 많습니다. 모슬포의 와토커피는 아메리카노도 원두를 골라 마실 수 있고, 서귀포 올레시장 골목의 류지커피로스터스는 에스프레소와 라떼까지 그날 있는 싱글 오리진⁴ 가운데 고르게 합니다.
⁴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 한 나라, 대개는 한 농장이나 한 지역에서 난 생두만 쓴 원두입니다. 여러 산지를 섞은 블렌드와 달리 그 산지의 맛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가게 안에서 로스터리를 알아보는 단서가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단서는 로스터기입니다. 노형동 플랏포커피는 매장 안쪽 로스터기로 직접 볶고, 같은 노형동의 컴플리트커피 노형점은 매장 한쪽 로스팅룸에서 하우스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을 볶습니다. 화북의 노텟커피는 바 앞의 시향병으로, 금능의 카페이면은 유리 시향컵으로 원두 향을 먼저 맡아 보게 하고, 크래커스와 오등동의 브루넨커피로스터스는 원두 이야기를 적은 카드를 커피와 함께 냅니다. 시향병은 다른 로스터리 원두를 골라 내리는 카페에도 있어서, 로스터기나 로스팅룸이 있는지까지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매장에 로스터기가 보이지 않아도 직접 볶는 곳이 있습니다. 조천의 무우수 커피 로스터스는 구좌 행원의 로스팅룸에서, 전농로 골목의 그린루스카는 아라동 로스팅룸에서, 코데인커피로스터스 서귀포점은 사계리 로스팅룸에서 볶아 옵니다. 지도에는 여러 로스터리의 원두를 골라 내리는 좋은 카페도 많지만 이 글에서는 직접 볶는 곳만 골랐습니다.

동쪽 구좌·조천에는 바다 마을 골목의 작은 로스터리가 있습니다
- 하토우 커피 로스터스: 세화해수욕장에서 가까운 하도리 길가의 9평 로스터리입니다. 라이트 로스팅이 특징으로 싱글 오리진만 하십니다.
- 부이크브루어스: 행원리 초입의 작은 로스터리로, 매장 한켠에서 볶은 원두로 필터커피를 한 잔씩 내립니다. 고소한 무육 블렌드와 산뜻한 행원 블렌드가 있습니다.
- 무우수 커피 로스터스: 조천 마을 골목의 붉은 벽돌 건물입니다. 구좌 행원에서 볶은 블렌드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몇 주마다 필터용 싱글 오리진을 바꿉니다.
- 아구아비바: 신촌포구 바로 앞의 1인 로스터리입니다. 싱글 오리진만 볶아 원두마다 번호를 붙이고, 그 주에 볶은 원두로 라떼를 만듭니다.

제주시 안에는 골목 안 쇼룸과 오래된 주택 로스터리가 모여 있습니다
- 노텟커피: 화북 주택가 골목의 로스팅 쇼룸입니다. 3년쯤 원두 납품 사무실로 쓰다가 2026년 8월 손님을 받기 시작했고, 잔마다 레시피와 특이하게도 물 성분을 적은 카드까지 같이 주십니다.
- 그린루스카: 전농로 골목의 커피 쇼룸입니다. 원두 향을 맡아 고를 수 있고, 고른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내려 1960~70년대 핀란드 빈티지 잔에 내어주십니다.
- 커피파인더: 제주시청 근처 골목 안 옛 주택을 고친 로스터리로, 2016년에 시작해 올해 10주년입니다. 로스터기 여섯 대로 볶고 번호를 붙인 게샤 컬렉션을 모읍니다.
- 홉히: 용담 바닷가의 디카페인 커피 가게입니다. 1층 로스팅실에서 매일 새벽 볶고 모든 커피를 융드립⁵으로 내리며, 원두별 잔류 카페인 시험 결과를 공식몰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 플랏포커피: 간판 없는 초록 외관의 노형동 로스터리입니다. 직접 볶은 원두와 함께 유럽 로스터리의 게스트 원두도 소개합니다.
- 컴플리트커피 노형점: 2014년 연동에서 시작한 컴플리트커피의 두 번째 가게로, 로스팅룸에서 볶은 커피에 직접 구운 디저트를 곁들입니다.
- 이해 커피 로스터스: 구남동 골목 주황 벽돌 건물의 로스터리로 2026년 6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9월 메뉴에는 게이샤 필터커피가 여러 종 올라 있었습니다.
- 브루넨커피로스터스: 오등동 언덕 위 하얀 집에서 두 분이 볶고 내리는 곳으로 2026년 8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카운터 옆 로스팅 공간에서 볶고 필터 리스트는 매주 바뀝니다.
⁵ 융드립(flannel drip) 종이 필터 대신 융(플란넬) 천으로 만든 필터에 커피를 내리는 방식입니다. 한 잔씩 손으로 내려서 종이 필터 드립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서쪽 애월·한림·한경에는 옛 방앗간과 마을 창고에서 볶는 커피가 있습니다
- 이피커피: 애월 상가리 골목의 1인 로스터리입니다. 2021년 원주에서 시작해 2023년 봄 제주로 옮겨 왔습니다. 혼자서 하시다 보니 로스팅 하실 땐 메뉴가 조금 늦게 나올 수도 있다고 해요.
- 제레미: 2017년 애월로 큰길가에 문을 열고 이듬해 가을부터 직접 볶기 시작했습니다. 얼음 없는 차가운 우유에 더블샷을 올린 제레미 커피가 시그니처입니다.
- 잔물결 협재 본점: 금능해변 근처 돌담 골목의 옛 돌집입니다. 직접 볶은 원두로 핸드드립을 내리고, 게이샤는 가오픈 때부터 메뉴에서 빠진 적이 없습니다.
- 카페이면: 금능리 골목 안쪽의 작은 로스터리로, 유리 시향컵에서 향을 맡고 원두를 고릅니다. 온라인 주문은 주문을 확인한 뒤에 볶아 보냅니다.
- 하소로커피: 2015년 애월의 7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해 조수리 옛 창고로 옮겨 왔습니다. 산미가 가장 강한 블렌드부터 묵직한 블렌드까지 다섯 가지 중에 고릅니다.
- 크래커스 한경점: 조수리 삼거리에 있고, 길 건너 옛 방앗간이 이 가게의 로스팅 공장입니다. 제주 곳곳의 카페에 원두를 납품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귀포·대정·안덕에는 오래된 동네 로스터리와 밭 한가운데 로스터리가 있습니다
- 와토커피: 모슬포 대정초 앞에서 2016년 5월부터 볶아 온 동네 로스터리입니다. 원두는 120g 봉투로 팝니다.
- 류지커피로스터스: 올레시장 골목의 로컬 로스터리로, 볶은 커피는 3~5일 안에 다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 오세요커피: 강정동 언덕 위 간판 대신 큰 나무가 있는 곳입니다. 둘이서 생두를 소분해 소량씩 볶고, 에스프레소는 그날 정한 싱글 오리진으로 내립니다.
- 비브레이브 혁신도시점: 서호동 공원 옆 로스터리로, 매장 로스팅룸에서 블렌드 네 가지와 계절 블렌드를 볶습니다.
- 코데인커피로스터스 서귀포점: 사계리에서 볶아 온 커피를 냅니다. 오크통에 숙성한 '코데인 온더락'이 있습니다.
- 패스브루: 산방산이 보이는 사계리 밭 한가운데 손수 지은 목조 로스터리입니다. 그날 내리는 원두가 보통 여섯 종 안팎이고, 맛보기용 20g 소포장도 팝니다.
- 메종노트르테르: 안덕 중산간의 로스터리 쇼룸입니다. 생두 대부분을 직접 찾아 수입해 볶고, 직접 빚은 잔에 커피를 냅니다.
원두를 사 오면 볶은 날짜부터 확인하세요
갓 볶은 원두는 며칠에서 몇 주 동안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데, 이 디게싱⁶이 덜 끝난 원두로 내리면 추출이 고르지 않습니다. 어둡게 볶은 원두일수록 가스가 빨리 빠지고, 라이트 로스트는 볶은 지 한 달이 지나도 가스가 나온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원두 봉투에 있는 숨구멍들은 이 가스를 내보내면서 바깥 산소는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⁶ 디게싱(degassing) 볶은 원두가 속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를 천천히 내보내는 과정입니다. 가스가 많이 남아 있으면 물이 커피 가루에 고르게 닿지 않아 맛이 날카롭고 고르지 않게 나옵니다.
얼마나 쉬어야 하는지는 원두와 가게마다 다릅니다. 라이트 로스팅만 하는 하토우는 볶고 나서 최소 5일, 원두에 따라 길게는 30일까지 두고 마시라고 권하고, 그린루스카는 5~7일쯤 쉬었다 마시면 풍미가 좋아진다고 안내합니다. 여행 중에 산 원두라면 봉투의 로스팅 날짜를 보고 집에 도착하는 날부터 언제 열지 계산해 두면 됩니다. 마지막 날 못 들른 가게가 있어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린루스카는 육지까지 보통 이틀 걸린다고 하고, 노텟커피는 주문 후 볶아 영업일 2일 안에 보냅니다.
작은 로스터리일수록 오늘 문을 여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혼자나 둘이 꾸리는 로스터리가 많아서 휴무가 일정하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하토우는 휴무 요일 없이 그때그때 쉬는 날을 정해 미리 올리고, 카페이면은 그날 여는 시간을 아침마다 인스타그램에 올립니다. 오세요커피는 서울 커피 마켓에 나가는 날이 있어 임시휴무가 잦은 편이고, 홉히는 모든 잔을 융드립으로 내려 손님이 많으면 20~25분 넘게 걸리기도 하니 공항 가기 전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잡으세요.
오늘 여는지, 원두를 봉투로 파는지, 사 온 원두를 언제부터 마시면 좋은지는 가게 페이지에서 사장님 페르소나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전화 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소로커피나 하토우 커피 로스터스부터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제주에서 직접 볶는 카페를 더 알고 계시다면 가게 추천으로 알려 주세요. 같은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